미국, 앤스로픽 차세대 AI에 '쇄국령'

고성능 AI 모델 ‘페이블5’와 ‘미토스5’ 접속 전면 금지
AI 기술의 오남용 위험과 중국 유출 우려가 촉발

조명애 워싱턴 에디터 | 기사입력 2026/06/15 [06:23]

미국, 앤스로픽 차세대 AI에 '쇄국령'

고성능 AI 모델 ‘페이블5’와 ‘미토스5’ 접속 전면 금지
AI 기술의 오남용 위험과 중국 유출 우려가 촉발

조명애 워싱턴 에디터 | 입력 : 2026/06/15 [06:23]

REUTERS

【이코노믹포스트=조명애 워싱턴 에디터·불문학 박사】 인공지능 기술이 단순한 산업적 도구를 넘어 국가 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규정되면서 미국 정부가 강력한 기술 쇄국령 카드를 꺼내 들었다. 14일(현지시간) 상무부는 모든 외국 국적자에 대해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받던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의 최첨단 고성능 AI 모델인 페이블5와 미토스5 접속을 전면 금지하는 초강력 규제 조치를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AI 기술의 오남용 위험과 해외 유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미 정부의 극단적인 통제권 행사로, 글로벌 AI 생태계와 안보 지형에 엄청난 파장을 예고한다.

규제의 대상이 된 페이블5와 미토스5는 앤스로픽이 지난 4월 일부 정보기관과 국방 보안 연구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선보였던 미토스 프리뷰의 정식 서비스 버전이다. 앤스로픽은 개발 단계에서부터 이 모델들의 가공할 만한 성능이 해킹, 사이버 테러, 생화학 무기 제조 등에 악용되지 않도록 치밀한 이원화 출시 전략을 세웠다. 일반 대중을 위한 페이블5에는 악의적인 질문이나 위험한 명령을 스스로 거부하도록 고안된 안전·제동 장치가 겹겹이 채워졌고, 성능 제한을 완전히 해제한 초고성능 버전인 미토스5는 미 정부의 엄격한 검증을 통과한 안보·국방 관련 국가 기관에만 폐쇄적으로 제공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식 출시와 동시에 미 행정부가 전격적인 봉쇄 조치를 내리면서 앤스로픽의 이 같은 안전 대책은 무색해졌다.

미 정부가 이토록 이례적이고 신속하게 전면 통제에 나선 표면적 이유는 시스템의 안전장치를 무력화하는 탈옥 가능성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백악관 직속 기구인 미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회의 데이비드 색스 공동위원장은 자신의 엑스(X)를 통해 테스트 과정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페이블5의 안전장치를 완벽하게 우회하여 위험한 명령을 수행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탈옥 방법을 찾아냈다고 폭로했다.

색스 위원장은 즉각 앤스로픽 측에 모델 배포 중단을 요구했으나 기업 측이 이를 거절하자 정부 차원의 강제 규제권을 발동했음을 시사했다. 더욱 파격적인 점은 앤스로픽의 직원이라도 미국 국적이 아닌 외국인이면 이 모델을 사용할 수 없다는 내부자 제한 조항이다. 이는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에 근무하는 수많은 외국인 인재들을 잠재적 정보 유출 통로로 간주하겠다는 미 정부의 냉혹한 시각을 반영한다.

미국 온라인 매체 세마포 등의 심층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규제의 숨겨진 본질은 중국과 연계된 해킹 집단 및 국가 단체의 AI 기술 탈취 우려에 있다. 만약 탈옥법을 찾아낸 중국계 국가 해커 조직이 페이블5나 미토스5의 인프라에 접근할 경우 미국의 사이버 안보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고도화된 악성코드를 AI를 통해 대량 생산하거나 국가급 기밀을 해킹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공포가 백악관 내부를 지배한 결과다. 과거의 기술 냉전이 반도체 장비나 물리적 자산을 막는 하드웨어 봉쇄였다면, 이제는 클라우드 가상 공간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의 접근권까지 국적을 기준으로 통제하는 소프트웨어 국경선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앤스로픽은 인류에게 안전한 AI를 만들겠다며 오픈AI에서 나온 연구원들이 설립한, 자타공인 가장 보수적인 안전 기준을 가진 기업이다. 그런 앤스로픽마저 정부의 배포 중단 권고를 거부했다는 점은 수조 원의 개발비가 투입된 상업적 이익을 포기할 수 없는 기업의 생리를 보여준다. 결국 정부가 국적법을 동원해 강제로 족쇄를 채운 이번 사건은 앞으로 초거대 AI 영역에서 기업의 자율성보다 국가의 안보 통제권이 절대 우위에 서게 될 것임을 선언한 이정표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서방 동맹국마저도 미국 국적이 아니라면 잠재적 보안 위협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독점적 경고다. 이제 글로벌 안보 시장은 미국의 통제를 받는 친미 독점 AI 진영과 이에 맞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중국·러시아 중심의 반미 AI 진영, 그리고 그 사이에서 기술 주권을 지키려는 자체 거대언어모델 보유국 간의 전방위적 냉전 체제로 빠르게 재편될 것이다. 이번 앤스로픽 규제 파문은 AI가 단순한 편의 도구가 아닌, 핵무기만큼이나 위험하고 강력한 21세기형 전략적 비대칭 무기로 완전히 격상되었음을 입증한 일대 사건이다.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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