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포스트=김지혜 기자]의료계 반발에 부딪친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청구를 간소화하는 법안이 올해 국회를 통과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정부와 국회는 소비자 편익 향상을 위해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추진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역시 21대 국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법안 통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오는 10일 국회에서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관련 공청회가 열린다. 손보업계와 의료계는 물론 시민단체‧금융당국 등에서도 토론자가 참여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필요성과 우려 요소 등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다.
앞서 대한의사협회와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최로 ‘실손보험 의료기관 청구 의무화,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의 토론회가 지난달 12일 진행된 바 있다. 이번 공청회는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에 대해 보험업계와 의료계가 맞붙는 이른바 ‘2차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실손보험 가입자·금융당국이 간소화 관련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있으나 논의는 12년 넘게 공전하고 있다. 의료계 반발로 인해 견해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도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에 대한 의지가 크다. 지난해 고용진·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 이어 최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의료기관의 전자증빙자료 발급을 핵심으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 20대 국회와 21대 국회까지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현재 많은 수의 의원들이 해당 법안의 필요성이 크다고 느끼는 것으로 해석된다.
보험업계 역시 이번 기회를 잡기 위해 어느 때보다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손보험 청구 절차 간소화를 권고한 이후 12년째 의료계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주요 과제로 꼽은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도 정부와 국회를 오가며 법안통과를 위해 애쓰고 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의료기관이 환자의 진료내역 등 증빙서류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전산망을 통해 직접 보험사로 전송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 의료계 반발 거세 VS 국회‧보험업계 찬성 입장
실손보험은 국민의 3800만명 이상이 가입된 상태로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고 있다. 문제는 건강보험과 달리 보험금 청구 절차가 까다로운 점이다. 현재는 가입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해 증빙서류를 발급받아 제출하면 보험사에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전산시스템에 입력해야 한다. 이는 서류심사와 전산입력, 보관 등에 들이는 인력과 비용 낭비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처럼 청구 절차가 복잡함에 따라 소비자가 권리 행사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2018년 보험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손보험금 청구 불편 이유 등에 따라 소액 보험금 청구를 포기했다는 가입자는 약 90% 이상을 기록했다.
이에 시민단체는 물론 금융당국까지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취지의 법안 통과를 위해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강경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또 실손보험이 민간 간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에서 실손보험 청구를 대행한다는 점에서 타당성이 전혀 없다는 이유다.
심평원은 의료 수가를 조정한다. 이에 의료계는 심평원이 보험 청구를 명분삼아 모은 데이터를 통해 비급여 진료비 가격 통일 등 제재에 나서 의사 활동을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 영역은 현재 의사들의 가장 큰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 간소화 추진 논의가 벌써 12년 째 공전 중”이라며 “국회는 물론 금융당국, 시민단체들도 실손보험 간소화 추진에 의지가 커지는 분위기다. 5월부터 국회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법안 통과에 조금은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P
sky@economicpost.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믹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