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자가 되느냐 사자신중충이 되느냐

주장환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3/02/28 [09:09]

[칼럼] 사자가 되느냐 사자신중충이 되느냐

주장환 논설위원 | 입력 : 2023/02/28 [09:09]

 

[이코노믹포스트=주장환 논설위원] 사자신중충(獅子身中蟲)은 불교의 범강경(梵綱經)에 나오는 구절로 사자(獅子)를 갉아먹는 사자 몸 속에 있는 벌레라는 뜻이다. 사자의 목숨이 끊어지면 다른 동물들은 감히 먹으려 들지 않지만, 사자의 몸속에서 생긴 벌레가 사자의 살을 먹는다는 말이다.

​불교에서는 불자이면서 불법을 해치는 자를 비유하는 말로도 쓰인다. 이는 외부 세력이 아니라 내부의 적들에 대한 경고로 안에서 생기는 화란(禍亂)을 비유적으로 말한 것이다.

우리는 흔히 회사나 조직, 단체 내부에 있는 배신자를 가리킬 때도 이 말을 사용한다. 망조가 들거나 붕괴하는 주요 원인은 내부에 있는 것이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으로도 이런 경우를 흔히 본다. 가까이는 새누리당 내부에서 일어난 배신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가져오고 당도 와해됐다.

지금 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의 혐의를 무조건 막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런 행위가 사자신중충이 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정통 민주당 출신도 아닌데다 개인 비리이고 방패막이를 하기 위해 현직을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당대표에 대해 이럴 필요가 있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호남에서 조차 우호적이지 않다.

또 다르게 생각하면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최소 31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사자신중충이 될 수도 있다. 민심이 어떤 때는 참으로 묘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누가 사자신중충이 되든 68년이란 유구한 역사를 가진 민주당의 앞날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강성으로 치닫는 개딸들과 일부 막가파식 스피커들은 민주당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날 투표 후에도 비(非)이재명계를 뜻하는 ‘수박’을 색출하자고 나섰다. 아마 내년 총선에서 누가 사자신중충의 역할을 했는지 드러날 것이다. 선거에서 이기면 이 대표와 지지 의원들은 사자신중충이 아니라 사자가 되겠지만 그 반대면 사자신중충으로 민주당을 잡아 먹은 결과가 될 것이다. EP

jjh@economicpost.co.kr

이코노믹포스트 주장환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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