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통신] “北에도 뽀로로 있어요”···남북 합작품인걸

1기 52편 중 22편 삼천리총회사가 제작
美 대북제재 품목 올랐으나 규제서 제외
북한에서 방영 안 되지만 캐릭터로 등장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3/05/05 [11:36]

[북한통신] “北에도 뽀로로 있어요”···남북 합작품인걸

1기 52편 중 22편 삼천리총회사가 제작
美 대북제재 품목 올랐으나 규제서 제외
북한에서 방영 안 되지만 캐릭터로 등장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입력 : 2023/05/05 [11:36]

어린이들의 영원한 우상인 '뽀통령' 뽀로로 1기 등장인물. 사진=시사주간 DB

[이코노믹포스트=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북한에도 뽀로로가 있어요”

탈북민인 한수애 씨가 ‘찾아가는 학교 통일 교육’을 위해 초등학교를 방문하면 학생들이 꼭 하는 질문이다. 

초등학생들은 “북한에 사과 있어요” “초코파이 있어요”라는 질문을 던지는데 한수애 씨는 “그런 질문을 들으면 남북한이 살아온 환경이 달라서 서로 이해하는데 보이지 않는 벽이 있구나 실감하게 된다”며 “내가 그 벽을 좀 허무는 일을 해야겠구나 생각한다”고 했다.

유아용 3D 애니메이션인 ‘뽀로로’는 기획 당시 제목은 ‘꼬마펭귄 뽀로로’였다. 2003년 ‘뽀롱뽀롱 뽀로로’ 1기 방영(EBS) 이전에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오콘(OCON)과 아이코닉스, 하나로통신, 북한의 ‘삼천리총회사’가 남북합작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당시 1기 52편 중 22편을 북한에서 만들었다.

이런 이유로 2011년 6월 20일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의해 강화된 대북제재에 걸려 대북제재 품목에 올랐으나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이 미국의 소리 방송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뽀롱뽀롱 뽀로로 제작 과정에서 북한 회사가 관여한 것을 알고 있지만 뽀로로처럼 대중에 널리 보급된 영상물은 정보나 정보물로 분류돼 대북제재의 근거가 되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의 예외 조항에 해당된다”고 밝히며 규제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뽀롱뽀롱 뽀로로’는 이란, 수단, 쿠바, 팔레스타인 등 세계 130개국에 수출됐고 유튜브에서 매달 2억회 이상 재생되고 있다. 2003년 첫 방영된 ‘뽀롱뽀롱 뽀로로’를 보던 유아들이 지금은 만 20~24세다. ‘뽀통령’이란 닉네임처럼 신화 창조물이다. 

2014년 3월 평양의 한 육아원에서 포착된 뽀로로 미끄럼틀. 사진=조선중앙TV

 

2016년 10월 평양 아동백화점 놀이시설에서 한 어머니가 뽀로로인형을 들고 있는게 TV화면에 나왔다. 사진=조선중앙TV

 

그렇다면 북한에도 뽀로로를 방영할까.

남북합작 애니메이션이지만 정작 북한에서는 방영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애국주의 같은 사상을 담기 어려워서’라는 추측만 있을 뿐이다. 한수애 씨는 “애석하게도 북한 아이들은 ‘뽀’자가 들어가는 캐릭터 자체를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 보따리상에 의해 알판(CD)이 들어갔고 이와 더불어 캐릭터도 그 뒤를 이었다는 후문이다. 

2014년 3월 평양시의 한 육아원에서 뽀로로로 장식된 미끄럼틀이 전파를 탔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방문한 평양시 고아시설이었다. 2016년 10월 20일에는 평양 아동백화점 놀이시설을 소개하는 영상에서 한 어머니가 ‘뽀로로 인형’을 들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인형이 한국산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탈북민에 따르면 북한 만화영화 ‘영리한 너구리가’ ‘뽀로로’ 같은 존재로 북한 아이들에게 인기 있다고 한다. 

남북 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2013년 1월 오콘 측은 ‘뽀로로’ 영화의 북한 기증 의사를 전달했다. 필름, 디지털 데이터, 3D 관람에 필요한 장비들을 제공하고 북한 내에서 얼마든지 상영해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김정은의 아내 리설주가 곧 출산하는데 이 아이를 위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줄 수 있느냐고 제안했으나 오콘 측에서 거절했다는 일화가 있다.

‘뽀로로’는 ‘자그마한 사람이나 짐승이 부리나케 달려가거나 쫓아가는 모양’을 뜻하는 ‘뽀르르’라는 순우리말을 변형한 말이다. EP

ysj@economicpost.co.kr

 

 

이코노믹포스트 양승진 북한전문 기자입니다. 한발 앞선 고급정보의 북한 소식을 전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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