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품은 낙선재

최민경 기자 | 기사입력 2024/03/23 [07:09]

봄을 품은 낙선재

최민경 기자 | 입력 : 2024/03/23 [07:09]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덕궁 낙선재의 풍경. 28일까지 평소 입장이 제한되던 낙선재 뒤뜰 후원 일대를 둘러보는 '봄을 품은 낙선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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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포스트=최민경 기자] "내려다보며 노니 단정한 숯기와가 연이었고 멀리 바라보니 눈앞이 탁 트이는 도다. 봄가을 좋은 날 좋은 시절 이렇게 돌아오니 어찌 날마다 감상하지 아니하리오"(숙종 취운정제영시(翠雲亭題詠詩))

 

 숙종의 글처럼 창덕궁의 낙선재는 '눈앞이 탁 트이는' 그림 같은 풍경이다.

 

꽃샘추위 속 낙선재에 봄이 먼저 찾아왔다. 산수유, 진달래꽃,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며 봄 향기를 전한다. 함부로 들어가지 못했던 낙선재 뒤뜰 후원도 활짝 열려 '봄꽃'을 맞이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22일 연 '봄을 품은 낙선재' 행사는 그야말로 봄 기운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참가자 20명은 모두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낙선재 뒤뜰에 발을 들였다. 꽃을 심어 놓은 계단을 오를 때면 달큰한 매화꽃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그동안 은밀한 공간에서 조용히 살아온 잔디밭도 싱싱함을 뽐냈다. 노란색, 흰색 쌀 알 같은 이름 모를 꽃들과 함께 진한 풀 냄새를 풍겼다.

 

◇ 검소하지만 아름다운 '낙선재'

낙선재는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다는 '검이불루(儉而不陋)'를 실현한 공간이다. 궁궐에 있는 집이지만, 단청을 칠하지 않아 수수한 모습으로 주변에 핀 연한 색 봄 꽃들과 어우러져 단아함이 돋보였다.

 

창덕궁 낙선재는 조선 24대 왕 헌종의 서재 겸 휴식을 취했던 주거 공간이다. 

 

단청을 칠하지 않았지만 낙선재 일원을 구성하는 담벼락과 문창살, 난간은 다양한 문양을 포함하고 있어 화려함을 더했다. 

 

낙선재 일원 뒷마당의 문 옆에 있는 포도덩굴 문양은 다산을 상징하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구조를 하고 있다. 

 

바로 반대편에는 아래서 위로 솟는 매화 문양이 있다. 겨울에 죽은 것처럼 보여도 봄에 다시 피어나는 매화는 장수를 상징한다.

 

 

◇ 활짝 열린 낙선재 뒤 뜰 후원 상량정

낙선재 일원인 석복헌과 수강재는 각각 헌종의 후궁 경빈 김씨와 할머니 대왕대비 순원왕후의 처소로 마련된 공간이다. 세 건물 모두 뒤쪽에 각각 후원이 조성되어 있다.

 

낙선재 일원은 담으로 구분되어 독립된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담의 문을 열면 전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특징이 있다.

 

정자가 있는 후원에 오르자 유기성은 더 돋보였다. 이번 프로그램에 개방된 구역은 낙선재의 뒤 뜰 후원 상량정이다.

 

'시원한 곳에 오르다'라는 뜻의 '상량'은 높은 곳에 자리한 상량정에서는 창덕궁 낙선재의 전경을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다.

 

상량정에 오르자 담벼락에 동그란 원 모양으로 뚫린 만월문이 반겼다.

 

이날 상량정은 굳게 닫힌 창호문을 열고 내부 천장까지 공개됐다. 천장에는 임금 손가락을 닮았다는 불수감과 복숭아, 복을 상징하는 박쥐와 학무늬가 새겨져 있다. 

 

해설사는 "왕실 천장이 학무늬로 장식된 게 거의 유일하다시피 할 정도로 굉장히 유명한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상량정 담장에는 창경궁으로 통하는 작은 문이 숨겨져 있다. 문을 열면 창경궁 통명전이 바로 내려다보인다. 동쪽으로 이동해 취운정에 가서는 더 가까이서 창경궁 전경을 볼 수 있다.

 

취운정은 정자임에도 특이하게 온돌이 설치돼 있다. 숙종이 이곳에 애정을 갖고 자주 머물며 휴식을 취했다고 한다.

 

◇ 참가자들 "궁에서 맞는 봄 기운 너무 좋아"

치열한 '피켓팅'을 거쳐 이번 행사에 참가한 관람객들은 "꽃들이 활짝 피지 않아 아쉽지만 궁에서 보는 봄 풍경은 너무 좋다"고 입을 모았다.

 

30대 여성 관람객은 "엄마랑 함께 오고 싶었지만 표를 하나밖에 구할 수 없었다"며 "작년에는 실패했다가 올해 처음 성공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연차를 쓰고 올라왔다는 남성 참여자도 "예매하는 서버가 다운됐었다"고 전했다. 그래도  "지난주에 궁궐 보러 왔었는데 4월 초에 다시 한번 보러 와야 할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봄을 품은 낙선재' 행사는 오는 28일까지 진행된다. EP

 

cmk@economicpost.co.kr

 

이코노믹포스트 최민경 취재부 기자입니다.

"미래는 타협하지 않는 오늘이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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